봄이 오면 나는

봄이 오면 나는 활짝 피어나기 전에
조금씩 고운 기침을 하는 꽃나무들
옆에서 덩달아 봄앓이를 하고 싶다

살아 있음의 향기를 온몸으로 피워
올리는 꽃나무와 함께 나도 기쁨의
잔기침 하며 조용히 깨어나고 싶다

봄이 오면 나는 매일 새소리를 듣고 싶다
산에서 바다에서 정원에서 고운 목청 돋우는
새들의 지저귐으로 봄을 먼저 느끼게 되는

나는 바쁘고 힘든 삶의 무게에도 짓눌리지
않고 가볍게 날아 다닐 수 있는 자유의
은빛 날개 하나를 내 영혼에 달아 주고 싶다

봄이 오면 나는 조금은 들뜨게 되는
마음을 너무 걱정하지 말고 더욱 기쁘고
명랑하게 노래하는 새가 되고 싶다

봄이 오면 나는 유리창을 맑게 닦아
하늘과 나무와 연못이 잘 보이게 하고
또 하나의 창문을 마음에 달고 싶다


이 땅의 흙에 몸을 궁구르며 사는 일이
얼마나 살가운 일 입니까. 내 아버지가
영웅이어서 사랑하는 것이 아닙니다

내 고향이 아름다워서 사랑하는 것이
아닙니다. 내 아버지 때문에 사랑하고
내 고향이기 때문에 사랑하는 것입니다

사람은 안개입니다
속이 보이지 않습니다
그 미로 속을 들어갈 때마다
눈물이 그렁하게 고여 있는 것을 봅니다

신이 위로하기 위하여 손금에다 얼굴에다
또는 태어난 날에다 인생길을 미리 알려
주지만 그것을 알기란 쉽지 않습니다. 삶은
꼬리를 감추고는 끝내 보여 주지 않습니다

안갯속에 서면 세상이 멀어지는 만큼
내면의 호수에 다 다르게 됩니다

그 내면의 호수를 가만히 들여다 봅니다
아득하고 멀게 느껴졌던 자신이 보입니다

바람이 없음에도 호수가 흔들리는 것이
마음의 동요로 움직이는 것을 압니다
그 흔들림에 기대어 보아야 합니다

그리고 물어 보아야 합니다. 왜 사느냐고
그래도 답이  없으면 다시 물어보이야 합니다

그래도 답이 없으면 스스로 답을 해야 합니다
아주 자신을 사랑하는 말로 대답 해야 합니다
그러면 내 인생이 달라지니까요